-
[제17호_People] 마마무의 퀴어 팬덤 "무지개무무"의 퀴어문화축제 후원 달성기서울퀴어문화축제 SQCF 2017. 7. 10. 16:46
마마무의 퀴어 팬덤 "무지개무무"의 퀴어문화축제 후원 달성기
지금은 마감되었지만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서는 후원활동의 일환으로 팸플릿에 싣게 될 광고를 모집했습니다. 이때 홍보팀에서 모임후원의 예시를 들면서 '마마무 팬모임'이어도, '나만 고양이 없어 모임'이어도 무방하다는 예시를 들었는데요. 이 한 줄의 예시가 계기가 되어, 마마무 팬 분들 중 "무지개무무"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큰 단위의 후원을 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흙흙..) 그래서 축제 전 마지막 뉴스레터에 이런 이야기들을 싣고자 무지개무무님들 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무지개 무무 트위터
Q. 안녕하세요 무지개무무님들! 먼저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굉장히 큰 단위의 후원을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축제 측은 모임후원을 홍보하며 '마마무 팬모임'의 단위로도 후원을 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무지개무무 내에서는 어떻게 후원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A. 마마무 덕질을 하며 만난 트친들중에 퀴어문화축제 후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부러 퀴어 무무들을 찾아서 팔로한 게 아니었는데도요. 마마무 팬덤에 퀴어가 많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실제로 덕질만으로 퀴어가 많은 집단에 속하게 된 기분이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축제 후원 시즌이 될 때 즈음에, 어차피 후원하는 거 금액을 모아서 덕질에 도움이 되는 일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쯤 농담으로, 퀴어문화축제에 모임후원을 하고 마마무 광고를 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봤는데 트친분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셨어요. 마침 퀴어문화축제에서 모임후원 관련 홍보물에 모임의 예시로 "마마무 팬모임"을 쓰신 걸 보고, 저격당한(?) 기분에 뭔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저희는 오히려 퀴어문화축제에서 마마무 팬모임을 예시로 쓰시게 된 이유가 너무 궁금합니닼ㅋㅋㅋ)
결국 모임후원에 관심 있는 트친들끼리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마마무팬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는 이유와 의미, 리플렛에 낼 광고의 내용, 퀴어포빅한 사람들에게서 공격이 들어올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선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다들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하느라 본격적으로 계정을 만들고 모금을 시작할 때까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렸어요.
(이건 질문과 관련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모금 기간이 짧기도 하고, 솔직히 처음에 관심 가져주신 트친분들 몇 분만 참여하실 줄 알았는데,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은 무무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무지개무무 계정에서 일정 모금액이나 인원을 넘길 때마다 올린 트윗들을 보시면 그 당시 계정주가 느낀 감격스러움이 느껴지실 거예요... 참여해주신 분들, 도움을 주신 분들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후원총대는 내년에도 꼭 퀴어문화축제 모임후원을 진행하고 싶고 그럴 생각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하지 못했던 후원 굿즈 제작,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후원에 관심을 가져준 해외 무무들도 함께할 수 있는 모임후원을 하고 싶어요.
Q. 마마무 팬덤 내에서도 모임후원의 한 단위로서 새로 모이게 된 무지개무무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무지개무무의 후원을 통해 마마무 팬덤 내의 퀴어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마마무 팬덤에 퀴어가 많다는 건, 아는 사람들끼리는 알았지만, 그게 어떤 수치로 나타나거나 기록된 적은 없으니까요.
아직도 마마무의 팬카페 등에서 팬들이 쓰는 글을 보면, "여자인데 여자아이돌 좋아한다고 친구들이 레...ㅈ...냐고 놀려요!ㅠㅠ" 같은 내용들이 있어요. 콘서트 옆자리에서 같이 무봉 들고 응원하는 그 사람이 바로 레즈비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거겠죠.
어디에나 퀴어포비아에 의해 퀴어의 존재는 지워지기 마련이고, 아이돌 팬덤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마마무 팬덤 내의 퀴어들이 가시화되고 서로를 확인하면서 소외감이 아닌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제18회 퀴어문화축제 팸플릿에 실리게 될 무지개무무의 광고
Q. K-Pop 시장 내 아이돌 판에서도 마마무는 굉장히 선도적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순서로 최전선은 아니더라도 흥한 부분에서는 원탑이니.. ! 저는 머글 1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혹시 마마무의 노래 중 퀴어프렌들리한 수록곡 가사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역시 <음오아예>!가 빠질 수 없지요. 맘에 드는 남자한테 접근했는데 남자보다 잘생긴 여자였다니! 멤버들이 남장을 하고 나오는 뮤비도 그렇고요.
음원으로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불후의명곡에서 마마무가 커버한 <딜라일라>도 대단히 퀴어하다고 생각해요. 가사 속에서 마마무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이고, 여인 딜라일라를 향한 사랑과 집착을 노래합니다.
<우리끼리>, <Finally> 같은 수록곡도 퀴어팬들 사이에서 퀴어한 노래로 꼽혀요. 가사에 성별지칭이 없고(사실 가사에 성별지칭이 없어주기만 해도 퀴어팬들에게는 최애노래가 되곤 합니다ㅠㅠ) 여자가 여자에게 불러주는 노래로 들리기도 하니까요. 가사가 직접적으로 퀴어하지 않더라도 내용이나 가사 속 단어의 느낌에 의해 퀴어적으로 해석되는 것 같아요. 문별의 솔로곡 <구차해>는 처음 공개되자마자, 정말 많은 팬들이 당연하게 화자와 청자 모두 여자인 노래로 받아들일 정도였어요.
화사의 솔로곡 <내맘이야>와 <핑크팬티>, 그리고 이번 컴백의 타이틀곡 <나로 말할 것 같으면>도 퀴어력 넘치는 노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남들과 좀 다르더라도 내 모습이 충분히 마음에 든다고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대부분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노래들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연결되는 질문이겠지만 특히나 마마무 팬들 중에 퀴어프렌들리한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음오아예>의 임팩트가 컸고, 멤버들끼리 워낙 케미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아요.
마마무는 확실히 보통 걸그룹에게 요구되는 이미지와 많이 달라요. 음악도, 외모도, 자유로운 말과 행동도, '걸그룹은 이럴 것이다' '걸그룹은 이래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나요. 남들과 다르고 특이해도, 그걸 숨기거나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드러내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 그게 마마무가 가진 "퀴어력"이고 그 에너지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팬심 가득 들어간 답변이었습니다.
Q. 인터뷰어 개인이 느끼기에는 마마무 기획사 측이 취하고 있는 셀링포인트는 퀴어프렌들리한 지점이라고 여겨집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퀴어들을 고객으로 삼을 뿐이지 그 양상을 보면 퀴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일련의 것들에 대해 회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A. 마마무의 기획사가 정말로 퀴어를 셀링포인트로 잡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마마무의 기획사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아이돌 기획사들이, 퀴어팬의 존재를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요. 기획사들이 퀴어팬만을 위한 컨텐츠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퀴어팬층이 있다는 걸 인지하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마무를 사랑하는 팬들이 (모금에 참여하신 분들만) 120명이나 모여서 퀴어문화축제에 모임후원을 할 정도로, 아이돌 팬덤 최초로 퀴어문화축제에 광고를 낼 정도로 두터운 퀴어팬층이 있다는 걸 알아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퀴어를 비롯해서 다양한 팬들이 존재한다는 걸 회사도, 팬덤 전체도, 마마무 멤버들도 다 함께 배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 케이
[퀴어문화축제 KQCF/뉴스레터] - [제17호_People] 종로3가의 대표적인 게이바 "프렌즈"의 천정남님 인터뷰
[퀴어문화축제 KQCF/뉴스레터] - [제17호_People] 글로우 키친 사장, 프라이빗 비치 팀장! 이중생활자 이든
[퀴어문화축제 KQCF/뉴스레터] - [제17호_News] 2016년 6월 11일 이후의 이야기 (다시, 봄)
- 아이돌 및 팬문화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 해리포터에서 유래 [본문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 SQCF'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7호_People] 글로우 키친 사장, 프라이빗 비치 팀장! 이중생활자 이든 (0) 2017.07.10 [제17호_People] 종로3가의 대표적인 게이바 "프렌즈"의 천정남님 인터뷰 (0) 2017.07.10 [제16호_Culture] 극장에서 광장으로! - 영화 <꿈의 제인> 후기 (0) 2017.06.21 [제16호_Culture] 극장에서 광장으로! - 연극 <프라이드> 후기 (0) 2017.06.21 [제16호_News] 2016년 6월 11일 이후의 이야기 (겨울편) (0) 2017.06.21